독감 무료접종, 결국엔 또 '선별' 논란…논쟁 연이어 논쟁
독감 무료접종, 결국엔 또 '선별' 논란…논쟁 연이어 논쟁
  • 전북투데이
  • 승인 2020.09.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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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확보한 독감백신 1100만명분까지 모두 무상으로 하는 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홍남기 경제부총리)

"의학적·역학적 판단에 따라, 독감백신은 현재 확보된 물량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

정치권이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둘러싼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앞서 총 8조원에 달하는 2차 재난지원금을 정확히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두고 여권이 분열됐듯, 이번엔 보편이냐 선별 접종이냐를 두고 여야 간 논쟁이 격발했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독감백신 물량은 2950만명분으로, 이 가운데 올해 무료접종대상은 1900만명 규모다. 이때 나머지 1100만명분까지 무료접종으로 돌리자는 것이 이번 전 국민 무료접종 제안이자 논란의 핵심이다.

하지만 방역과 재정을 총괄하는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이 제안을 물리치고 있다. 정치인과 전문가가 생각을 달리하는 양상까지, 앞선 2차 재난지원금 논란과 빼다 박은 모습이다.

문제는 이처럼 거듭되는 '전 국민 보편 지원' 논쟁에 따라, 2차 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지급 약속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野 "통신비 2만원이 뭐냐" 거센 반대…심사기한 사흘 앞으로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는 전 국민 통신비 지원과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 사업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보이면서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특히 여야 협상의 열쇠로 알려진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 반영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폐기하는 대신 독감 유료접종분 1100만명을 무료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신비 지원을 유지하면서 백신은 국민 정서상 동의할 수 있는 계층으로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는 4차 추경안 심사를 오는 22일에 끝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1차 심사 기한이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만일 무료 독갑접종을 둘러싼 논란으로 심사 기한이 또 늦춰진다면, 아동특별돌봄지원비와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추석 전 지급하기로 한 일부 재난지원금조차 추석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2차 재난지원의 틀을 잡는 과정에서 1차처럼 전 국민 수십만원 수준의 재난지원금이냐, 취약계층 맞춤형 긴급지원이냐를 놓고 여권 내 다툼이 있었던 상황과 판박이다. 당시에도 이러한 보편 지원 논쟁으로 추경 편성 과정에 잡음이 생기며, 정부의 추석 전 재난지원금 약속은 요원해진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문가 모두 "불가하다" 한목소리…연이은 논쟁에 지급만 미뤄져

정치권 논란이 가열될수록 방역과 재정 당국 모두는 "무료접종 확대란 불가하다"는 쪽에 손을 들고 있다.

정부 재정을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대신 독감백신 유료접종분 1100만명분을 무료로 전환하자는 야당 측 주장에 대해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독감백신 무료접종분 1900만명분을 확보했다"며 "1100만명분은 시장에서 자가 부담이 필요하다. 이들까지 모두 무상으로 지급하면 시장에서 스스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 당국은 독감 증상이 코로나19와 비슷해, 독감 확산시 의료체계 혼란뿐 아니라 검사 등 의료비용이 더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일축했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방역 당국은 현재 전체 인구의 57% 가량이 접종할 수 있는 독감 백신의 물량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며 "이것은 의학적·역학적 판단에 근거한 추정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인플루엔자 자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비해서는 재생산지수 자체가 조금 낮다"며 "또 전체적인 잠복기 기간도 좀 짧고 따라서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 확보한 물량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권 부본부장은 "더더군다나 사회적 거리두기도 철저히 이행해 주실 테고, 나아가 항바이러스제도 충분히 비축 내지는 시중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독감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與 "선별 무료접종, 어떻게 고를거냐" 발끈…'재난지원금 시즌2' 될라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 자체가 1100만명분으로 한정된 탓에, 정부가 야당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무료접종 대상을 확대한다 해도 '선별' 기준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지난 17일 "어떻게 (무료접종을 맞출) 1100만명을 선별할 것인가. 나머지 국민은 어떻게 독감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백신은 과학이다.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헛논쟁은 중단하자"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는 이번 논란을 지켜보는 방역 전문가들의 생각과 매우 비슷하다. 방역 전문가들은 지금이 무료냐 유료냐를 따질 때가 아니며, 일단 '방역'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올가을과 겨울,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방역 취약계층은 코로나19와 독감이라는 이중 위험에 시달리며 생명의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독감 백신은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할 수 없는 성질이 있다. 지금 당장 전 국민 접종을 위해 추가 백신 생산에 나서도 내년 2~3월이 지나서야 공급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방역 당국 역시 같은 생각으로 보인다. 이들은 민간에 유료로 공급하는 1100만명분 경우에도 가급적이면 만성질환자나 고위험군에 우선 접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물리적으로 바이러스가 자라고, 이를 제조화하고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라며 "(독감 백신을) 추가로 생산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현재 백신은 총 2950만명분에 이미 수입물량도 포함돼 있는데, 수입도 5~6개월 전 계약하기 때문에 추가로 확보하기가 어렵다"면서 "민간에 유료물량으로 공급하는 1100만명분은 가급적이면 만성질환자나 고위험군이 우선적으로 접종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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