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연동제, 선택 아닌 필수"…전기 요금 체계 개편 현실화될까
"연료비 연동제, 선택 아닌 필수"…전기 요금 체계 개편 현실화될까
  • 전북투데이
  • 승인 2020.10.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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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몇 년전부터 수차례 거론됐던 '연료비 연동제'을 골자로 한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이 현실화될까. 일부 '저항'은 여전하지만,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라는 게 중론이다.

18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2010년 이후 5차례 당기순이익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전의 실적은 국제유가의 변동과 궤를 같이 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실적이 증가하고, 반대로 급등하면 실적이 감소하는 식이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09달러였던 2012년에 당기순손실 3조780억원, 영업손실 8179억원을 기록했던 한전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41.4달러였던 2016년에는 당기순이익 7조1483억원, 영업이익 12조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전년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한전은 지난해와 달리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82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3분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이 관측된다. 올해 국가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료비 연동제 도입 여부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신정훈 의원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개편 가능성을 내비쳤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가격을 전기요금에 곧장 반영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이 올라가고, 반대면 요금이 싸지는 방식이다. 이미 도시가스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한전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해 경영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등 OECD에 가입한 주요 선진국들도 대부분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끝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한전이 '독과점' 기업이라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든다. 국민에게는 한전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연료 인상을 이유로 전기 요금 인상의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은 곧 한전의 경영리스크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처사라는 논리다.

오히려 흑자가 났을 때의 여유분을 '기금' 형식으로 축적해 적자가 났을 때를 대비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동욱 중앙대 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연료비 하락으로 흑자가 났을 때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는데 적자 때만 요금 인상 카드를 내밀면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흑자 때의 영업이익을 축적해 완충제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요금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전기요금 인상·인하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줄이는 한편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감대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에너지는 원가 변동이 보장돼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른 에너지가 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면서 "1년에 2번 정도, 상·하한제를 정해두고 연동제를 시행한다면 저항감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선상에서 실질적인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별도의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유 교수는 "독점 기업인 한전에게 연료비 연동제의 권한까지 부여한다면 불신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산업부 역시 완벽히 객관적일 수 없는 만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독립 기관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비 연동제와 함께 개편이 되어야 한다고 거론되는 것은 '투명성'이다. 전기 사용량과 전기요금만 기재되는 현 고지서에 발전원과 송배선 비용, 환경 보조금(온실가스 배출권,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비용) 등 세부적인 내역까지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 교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지금도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데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면서 "이 비용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만큼 하루 빨리 공개하고 국민 수용성을 높여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국민 저항이 크면 시행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정동욱 교수 역시 "전기요금 내역을 세부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면 연료비 연동제 도입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하반기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함께 전기요금 고지서에 '환경요금'을 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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