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서에서의 1년
[기고] 소방서에서의 1년
  • 김창윤 기자
  • 승인 2021.07.08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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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소방원 수방 강인성
의무소방원 수방 강인성

고등학생 때, 소방을 처음 접했다. 집안 사정으로, 여러 번 119를 탔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빠르게 달려와준 소방은 우리 부모님을 살려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소방을 보조하고 돕는다 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의무소방이 있다는 소식을 친구에게 듣고, 21살 때 바로 지원했다.

그리고, 2020년 3월, '2020년 즈음에는 통일이 되지 않겠냐' 는 어릴 적 선생님이 틀리셨음을 본의 아니게 증명하면서, 육군훈련소에서의 4월, 중앙소방학교에서 5월을 보냈다.

그렇게 5월, 익산소방서에 배치받았다.

처음 소방서에 왔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처음 온 막내에 귀가 입고리에 걸리던 전역한 맞선임의 웃음부터, 첫 출동의 떨림, 말년의 막내에게 장난기 가득했던 최고 선임의 모습까지 하나도 빠짐 없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선임들과 주임님들에게 혼나면서 배우기도 하고 때로는 챙김을 받으면서 6월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언제까지나 막내일 것 같았던 내게도 첫 후임이 생겼고, 위에 선임들도 하나하나 떠나가기 시작했다.

소방서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보낸 시간은,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좋은 어른, 동료들과 같이 근무하다 보니 가지고 있던 공황장애도 많이 좋아졌고, 25kg로 팔운동을 하시던 팀장님들과 내 몸을 번갈아 보면서 운동하는 습관도 가지게 됐다.

소방서에서의 1년,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세상에 가슴 아픈 일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tv가 아닌 눈과 귀로 직접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사회로 돌아간다면, 수 많은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겠는가에 대해 생각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내게 얼마 남지 않은 4개월 동안,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소방관들의 옆에서, 민폐가 되지 않고 내가 소방에게 받은 것들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도록,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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