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가' 앞세워 '2주 안 수익 1100%'…주가 폭락인데 리딩방은 기승
'주식 대가' 앞세워 '2주 안 수익 1100%'…주가 폭락인데 리딩방은 기승
  • 전북투데이
  • 승인 2022.06.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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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대가, 방송 출연한 제 이름 강방천 석자 걸고 보장해 드립니다. 2주간 최소 1100% 확정 수익입니다."

'혼자만 아셔야 한다'는 제목으로 날아온 문자. 유명인 이름이 들어간데다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보장한다니 귀가 번쩍 뜨인다. 주가가 연일 폭락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니 더욱 그렇다.

◇강방천 관련성·1000% 수익률 홍보…바람잡이 앞세워 프로그램 설치 권유

15일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이름을 걸고 날아온 문자의 링크를 따라 카카오톡 채팅방에 들어가 봤다.

이 문자는 "정치세력, 대기업세력과 함께하는 작전 종목을 공개하겠다"면서 1000% 넘는 수익률을 소개하고 강 회장과의 관련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TV에 출연한데다 156억원의 자산가라는 강 회장의 이력도 비교적 상세히 나온다. 강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이름이 유사한 '에셋플러스투자그룹'이라는 명칭도 적혀있다.

오전 9시가 되자 리딩을 맡은 A씨가 주요 이슈와 테마를 설명하면서 추천주를 공개한다. 9시40분쯤 제시한 추천종목이 4%대 상승률을 보이자 참여자들에게 주가 상승을 자랑하듯 알린다. 참여자들은 "익절 감사합니다" "조금 더 욕심낼 걸 그랬네요" "축하드려요" 등의 반응으로 화답했다.

그러자 A씨는 "정회원방에서 리딩 중. 돈 받지 않는다"며 은근슬쩍 정회원방 참여를 유도했다. 바람잡이 역할로 추정되는 몇몇 참여자들이 정회원방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분위기를 잡는다.

정회원방 참여 의사를 알리자 2시간 후 B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B팀장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자신이 유명 언론사에서 강연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B팀장은 "주식 하락장에 마음고생이 클 것"이라고 위로하더니 "해외선물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홈페이지 링크를 알려줄테니 자사의 거래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권유했다.

전화를 끊고 링크를 따라갔더니 유명 연예인의 얼굴이 걸린 홈페이지가 나왔다. 언뜻 보면 이상한 것 없는 홈페이지였지만 어디에도 회사 이름이 적혀있지 않고 강 회장과의 연관성도 확인할 길이 없다.

담당자가 바뀌었다면서 다시 전화를 걸어온 C씨에게 강방천 회장과 관련 있는 회사냐고 묻자 "저도 맞다고는 알고 있는데 정확한 내부 사정은 모른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재차 추궁하자 "계열사가 많아 그 질문에 확답할 수 없다"고 한발 뺐다. 그는 그사이에도 프로그램 설치를 권했다.

 

강방천 회장을 내세운 불법 주식 리딩방 홍보 문자.

◇유명인 사칭한 불법 리딩방 기승…강방천 회장 "쉽게 돈번다는 리딩방, 주식장 힘들 때 득세"

에셋플러스투자그룹은 금융감독원에 유사투자자문업체로 신고되지 않은 불법 업체였다. 강 회장과도 전혀 관계 없었다. 강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홈페이지는 "카카오톡과 문자를 이용해 강방천 회장과 회사를 사칭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이와 같은 방식에 피해를 보았다는 글이 흔하다. 리딩방에서 정보 공유로 참여자의 신뢰를 쌓은 다음 해외선물이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도록 본격 유도한다.

이들의 안내에 따라 자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소액을 투자하면 처음에는 수익이 발생한다. 이후 점차 큰돈의 투자를 유도한 다음 출금을 막거나 잠적하는 방식이다. 기대수익을 내지 못하고도 수백만~수천만원의 가입비 환불을 거부하거나 별도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강방천 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어떤 경우도 돈을 쉽게 벌어주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비법인 양 수익률을 언급하는 사적 채널에 합류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강 회장은 특히 "요즘처럼 주식장이 나쁠 때 (불법 업체들이) 득세한다"고 우려했다.

 

불법 주식리딩방에서 실제 대화 내용. 해외선물 투자를 유도하고, 바람잡이로 추정되는 회원들을 앞세워 수익률을 공개하고 있다.

◇유명인 사칭 리딩방 원천 차단 방법 없어…경찰·금융당국도 '한계'

유명 애널리스트나 자본시장 전문가를 사칭하는 불법 리딩방의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피해가 속출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애널리스트·전문가 사칭으로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입증해야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 불법 주식리딩방의 사칭을 경험해봤다는 금융권 관계자는 "경찰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피해 입증 증거 없이는 수사 개시가 안 된다고는 대답만 들었다"며 "고객에게 조심하라고 안내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금융당국도 불법 주식리딩방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물리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1000개가 넘는 유사투자자문업체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신고되지 않은 불법 주식리딩방은 경찰이 나서야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개씩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현재의 수사력으로는 단속이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주식리딩방 피해가 일대일로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수사하기 어렵다"며 "해당 업체들이 해외에 있고 대포통장, 대포폰이 동원되기 때문에 일선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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