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남규 전주의회 의장의 '아름다운 퇴임'
[인터뷰] 김남규 전주의회 의장의 '아름다운 퇴임'
  • 한종수 기자
  • 승인 2022.06.2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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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의원 24년 의정 활동, 문화예술계에서 독보적인 업적 남겨
후배 앞길 위해 정계 은퇴 결심…“지역 발전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살 것”
김남규 전주시의회 의장이 오는 30일 24년 동안의 의정 생활을 마무리한다.
김남규 전주시의회 의장이 오는 30일 24년 동안의 의정 생활을 마무리한다.

김남규 전주시의회 의장이 오는 30일 24년 동안의 의정 생활을 마무리한다. 후배들을 위해 앞길을 터줘야 한다는 생각이 아름다운 퇴장의 이유가 됐다.

김 의장은 제6대 전주시의회를 시작으로 11대까지 무려 여섯 차례나 주민의 선택을 받아 의원 배지를 단 인물이다.

그는 특히나 20년 넘는 의원 생활 중 문화·예술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도 받는다. 퇴임을 앞둔 김 의장을 만나 그동안을 회고하고, 퇴임 후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6회 연속 의원 배지를 달고 24년간 의정 활동을 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의정 활동의 기본에 충실했다. 6번이나 당선된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과 발에 있었다고 본다. 가슴으로 다가서고, 발로 뛰는 의정 생활을 했다. 꼭 가야 할 곳에 남들보다 먼저가 있었고, 감동이 있는 지역구 활동을 했다고 자부한다. 주민들에게 항상 감사한 생각이다.”

▲ 내심 7선 의원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의정 활동을 마감하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

“솔직히 7선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당에서는 6·1지방선거에서 청년과 여성을 많이 우대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이지만 과감하게 물려줘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퇴장의 시점을 잘 잡는 것도 정치인의 덕목이다. 입신(立身)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좋은 결심을 했다고 생각한다.”

▲ 의원 생활이 무려 24년이다. 그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좋았다거나,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

“IMF 시절 함박눈이 펑펑 내릴 때, 제가 배달하는 도시락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있었다. 처음엔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지만 ‘소외된 곳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배달을 했다. 그 때 도시락을 두 손에 받으며 기뻐하던 그 분들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처음 의정 생활을 시작할 때 ‘가장 모범적인 지방의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항상 근본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문화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전주는 전국적으로 문화 분야의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그 분야를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고 싶었다. 문화경제위원회에서 전문성 있는 자기 브랜드를 만든 것 같다.

의원 생활 초창기인 20여 년 전에는 문화 부서를 다들 기피했다. 하지만 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낙후된 북부권 개발을 위해 에코시티 개발과 학교 유치, 건지산과 오송제를 명품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금도 보람된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 반대로 정말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일도 있었을 것 같다.

“시의원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시민이 원하는 의정 생활을 하지 못했을 때가 가장 아쉬운데, 그랬던 기억이 바로 시내버스 파업이다. 아이들이 등·하교를 제때 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속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은 지금도 아쉽기만 하다.

삼천동의 쓰레기 소각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 활동을 펼쳤어야 했는데, 시내 전체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 시민이 불편을 크게 겪었던 것은 24년 의정 생활을 되돌아볼 때 지금도 부끄러운 일이다.”

▲ 전라북도 정치권 인사 중, 문화 예술 분야에서 단연 최고라는 평가가 있다. 그동안 문화 예술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해왔나.

“한옥마을을 브랜드화하는 데 힘을 많이 쏟았다. 20여 년간 한옥보존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한옥마을의 변화를 이끌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첫 회부터 열정을 다 했다. 지금 전주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영화제가 됐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영화제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맛의 도시의 위상을 발판으로 음식관광과 미식관광을 활성화하려고 했었는데, 이 분야에서는 성과를 만들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음식을 발판으로 한 관광산업 활성화는 후배 정치인들이 이끌어 줬으면 한다.”

▲ 제11대 전주시의회를 마무리하는 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었나.

“지방의회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한 점도 많은 것 같다.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시민과의 소통 부재, 여론 수렴의 한계 등이 그런 것이다. 의회는 정책 생산과 집행부 견제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시민에게 더 다가서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11대 전주시의회를 잘 마무리하고, 12대 의회를 준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예산과 정책, 입법 분야의 강화와 홍보 분야의 대폭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시대의 변화에 맞는 의회 활동과 이를 통한 시민의 알권리 충족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 퇴임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실 생각인가.

“전주시가 앞으로 10~20년 후에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시민거버넌스’ 역할을 하고 싶다. 시민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공유 공간을 만들고, 관광과 예술, 경제의 도시로 전주시가 발전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를 통해 시민거너넌스가 시민운동 차원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 있다.”

▲ 마지막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4년 동안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준 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그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지역 발전에 힘을 쏟은 동료, 선·후배 의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의 삶은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살고 싶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줬으면 한다. 24년 의정 생활의 마지막을 아름다운 꽃길로 단장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는 전주시민의 김남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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