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영우 드라마가 생각하게 하는 정의와 공정
[칼럼]우영우 드라마가 생각하게 하는 정의와 공정
  • 노컷뉴스
  • 승인 2022.07.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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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최수연·권민우 대사
최수연 : "내 말은요. 그냥 영우를 괴롭히고 싶은 거면서 정의로운 척하지 말란 말이에요. 진짜 사내 부정을 문제삼고 싶으면 대표님부터 문제 삼으세요. 왜 강자는 못 건드리면서 영우한테만 그래요?"
 
권민우 : "그 우영우가 강자에요! 로스쿨 때 별명도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였다면서요.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아요. 우영우는 매번 우리를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돼요,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우변한테 늘 배려하고, 돕고, 저 차에 남은 빈 자리 하나까지 다 양보해야 된다고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소덕동 이야기 편을 보다 극중 우영우 변호사 동료인 최수연, 권민우 변호사의 대사가 귀에 꽂혀 들어왔다. 그 대사가 지난 대선 때부터 우리 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젠더 문제와 장애인 이슈를 모두 포괄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왔다.
 
이 장면은 한바다(로펌)를 방문한 우영우 아빠를 마주친 권 변호사가 한바다 대표 변호사와 우 변호사 아빠가 서울 법대 선후배 사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낙하산 의혹을 제기하며 쏟아 낸 대사다. 결코 승부가 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두 대화로 표출해 내는 작가의 공력에 고개가 절로 주억거렸다.
 
문지원 작가는 간담회에서 드라마가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공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가 이렇게 살지 말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대사를 쓴 것이 아니라 공동체 에 굉장히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가 들어왔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바라볼지 다같이 상상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극중 우영우 변호사는 작가 말대로 극단적 강점과 약점을 한 몸에 지닌 캐릭터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흔치 않은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지만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천재다. 그에따라 동정하면서도 질투하는 최수연 변호사가 있고, 역차별이라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권민우 변호사도 있다. 작가 또한 특정 메시지에 천착하지 말고 열어 놓은 상태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화면 캡처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화면 캡처

'권모술수'라는 별칭을 가진 권민우의 캐릭터를 두고 두 해석이 뜨겁게 제기되는 모양이다. 권 변호사의 캐릭터가 작금의 사회적 약자를 경시하는 풍조의 '이대남' 특성을 대변한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특징은 극한 경쟁에 내몰려 아등바등하는 2030세대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이란 무엇 인가를 우리는 늘 묻곤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의와 공정을 사전처럼 '이거다'라고 무 썰듯 정의 내리기 어렵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밀란 쿤데라는 "이 지구는 천상과 지구의 경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 어떤 행위도 그 자체로서 좋거나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오로지 어떤 행위가 어떤 질서 속에 놓여 있느냐 하는 것만이 그 행위를 좋게도 만들고 나쁘게도 만든다고 말했다.
 
작고 하신 박완서 선생도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에 수 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생을 경험할수록 위대한 작가들의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그릇된 사랑과 죄악을 자연스럽게 쫓는 성향이 본성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지 모른다.
 
'고백록' 저자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이 10대 때 벌인 쓸데없는 장난을 예로 들어 사람은 죄를 지을 뿐아니라 묘하게 죄에 매료된다고 설파했다. 열여섯 살 무렵 그와 친구들은 근처 과수원에서 배를 훔치자고 작당했다고 한다. 특별히 배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다. 배고픈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장난으로 훔쳐서 재미삼아 돼지들에게 던졌다. 아우구스투스는 "우리는 자기만족적인 삶의 일부로서 사소한 악행들을 저지르고 산다"고 한탄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일이다.
 
왼쪽부터 문지원 작가, 유인식 PD. ENA 제공
왼쪽부터 문지원 작가, 유인식 PD. ENA 제공

마이클 셀던도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딜레마에 처한 다양한 상황과 사례를 제시하며 질문을 통해 정의.공정의 가치를 탐구해 볼 것을 얘기했다. 정형화가 어렵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문지원 작가는 드라마로 인해 오히려 '정훈'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과 그 가족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작품의 한계라고 인정했다. 유인식 감독도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을 대표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은 공동체를 완전히 떠나서 살 수 없겠지만, 공동체 안에서 계속 만족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영우 드라마는 삶에서 '성장'이란 무엇이며, 나와 나의 관계,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다시 한번 곱씹게 해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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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구용회 논설위원 goodwill@cbs.co.kr

<노컷뉴스에서 미디어N을 통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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