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포착한 학교만 100여개…징계 여부 확인할 길 없어"
"'스쿨미투' 포착한 학교만 100여개…징계 여부 확인할 길 없어"
  • 권남용 기자
  • 승인 2019.06.0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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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김정덕 공동대표(오른쪽)와 이 베로니카 활동가가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굳이 영화 '친구' 속의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를 외치던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더라도, 기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90년대만 해도 '선생님'들의 폭언과 체벌은 일상이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자동으로 손바닥을 내밀거나 칠판 모서리를 붙잡고 서서 '고통의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

여기에 여학생 친구들은 일부 선생님들의 성폭력까지 견뎌야 했다. 보통 '여자는~'이라고 시작하는 말은 대부분 그랬다. 학생들이 입은 속옷색깔을 지적하면서 수치스러운 말을 덧붙이고, 치마가 짧다면서 자로 치마를 들추는 등 지금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일상이었다.

2일 국내통신매체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만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김정덕 공동대표, 이 베로니카 활동가는 인터뷰 내내 격양돼 있었다고 전했다. 두 시간을 넘긴 인터뷰에서 나온 결론은 '그때와 지금이 그리 많이 다르진 않더라'는 것이다.

◇피해 사례만 100여개 학교…차마 입에 담지도 못하는 제보 내용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017년 6월에 설립된 시민단체로 아이들과 양육자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한다. 지난 3월에는 유치원 개학을 연기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를 검찰에 고발했고, 4월에는 맥도날드의 '햄버거병 논란'과 관련해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스쿨미투 운동은 지난해 4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재학 시절 교사들에게 당했던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지난 1년 동안 전국의 다른 학교들로 퍼져나갔다.

이 활동가는 "청소년 활동모임에 참여해보니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인 어려움들, 즉 학생들이 목소리를 냈는데 학교나 교육청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또 그렇게 스쿨미투 운동을 했는데도 해당 교사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치하는엄마들은 트위터 등 SNS와 기사들을 바탕으로 스쿨미투가 일어난 학교들을 모두 모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재까지 포착한 피해 사례만 100여개 학교에 달한다.

스쿨미투 당시 트위터에 학생들이 올린 사례들은 충격적이다. "나는 OO이 간호사되면 엉덩이에 주사 맞고 싶다", "나는 정관수술을 했으니 너희와 성관계를 해도 임신하지 않아 괜찮다”, "화장실 가서 옷 벗고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너희가 할 줄 아는 게 다리 벌리는 것밖에 없다", "남자 만날거면 배란기 때 만나라" 등 '존경하는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발언들이 대부분이다. 기사에 차마 담을 수 없는 더욱 참담한 발언들은 더욱 많았다.

김 공동대표는 "올해 초 스쿨미투를 제보한 학생들에게 무료법률지원을 해주려고 트위터를 통해 연락을 했지만 답이 잘 오지 않았다"며 "우리가 연락했을 때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학생들은 이미 졸업해서 학교를 떠났거나 더 이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며 "그래서 교육청에 학교들이 성폭력 의혹 교사에 대해 어떤 조사와 조치를 했는지 알아보려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김정덕 활동가가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청, 정보공개청구에도 '몸 사리기'…결국 행정소송까지

정치하는엄마들은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도를 제외한 16개 교육청에 전국 86개 학교의 스쿨미투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여기에 성폭력 의혹을 받는 교사들의 이름은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Δ해당 학교의 성폭력 의혹 교사 수 Δ피해학생 수 Δ사건 경과 Δ피해자-가해자 분리여부 Δ가해교사 직위해제 여부 Δ특별감사 시행여부 Δ감사결과 보고서 원본 Δ교육청 징계 요구 및 처리 결과 Δ학교 및 가해자의 사과 여부 Δ검·경 신고 여부 및 형사처벌 등 진행상황 Δ민사소송 여부 및 진행 상황 등을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학부모들이 요구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전체 비공개를 결정한 교육청도 있었고, 부분공개를 했다 하더라도 요청사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결과물을 보냈다. 특히 어느 학교에 가해교사가 몇 명이나 있는지, 그들에 대해 징계를 했는지 여부는 대부분 알려주지 않았다.

김 공동대표는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스쿨미투 대상 학교에 대해 '감사 결과'는 커녕 '감사 여부'만을 알려줬다"며 "그 외 성폭력을 저지른 교사가 몇명인지, 사건 이후 징계는 어떻게 했는지, 가해자한테 사과는 했는지, 학교측이 경찰·검찰에 고발조치는 했는지 등은 전혀 알길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달 14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성폭력 가해 교사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김 공동대표는 "우리는 그 교사 개인이 누구인지 궁금한 것이 아니다"며 "해당학교에 그런 사람이 몇명이고, 아이들이 그 발언에 얼마나 노출이 됐고, 그래서 그 교사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알려주는 것이 개인정보 침해인가. 교육청이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일처리를 했는지 꼭 알아야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뜻의 뱃지를 달고 있다. 

◇"감당할 수 있겠어?"…교사 2차가해에 피해학생은 '절망'

아동복지법 제17조 2항에서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을 학교가 인지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해당 교사는 경찰 수사부터 재판까지 법적 절차를 따라야한다. 학교가 진위여부를 파악한 후 교사가 사과하는 선에서 '뭉갤만한 일'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사과를 받기는 커녕 2차가해에 그대로 노출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 활동가는 "'이 일 감당할 수 있겠나', '언제든 고소가 가능하다', '너희가 아무리 그래도 달라지는 것 없다'는 말을 피해학생들이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성희롱 의혹에 휩싸인 교사가 징계도 받지 않고 해당학교나 재단 내 다른 학교로 복귀하는 일이 발생한다. 올해 3월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교육청은 교원 징계에 대한 요구를 사립학교가 무시해도 이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었다.

이 활동가는 "스쿨미투 트위터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올해 초 개학시즌에 맞춰 '그 교사가 다시 돌아왔다'는 트윗이 종종 올라왔다"며 "학생들이 이 상황을 보면서 '결국 내가 발버둥쳐도 바뀌는 것은 없어'라고 생각할까봐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 공동대표는 "스쿨미투 운동이 법까지 바꾸는 성과를 냈지만, 그와 별개로 지난해부터 올해 가해 교사들의 징계 여부는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알아야하는 권리"라며 "긴 싸움이 되겠지만 우리 학생들을 보호하는 일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정부는 지난 3월19일부터 개정한 시행령을 적용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권자는 관할청(교육청)의 해임 또는 징계요구가 있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교원징계위원회에 해당 교원에 대한 해임 및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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