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치료 빙자' 성폭행 피해자, 경찰 찾았지만 "입증 어렵다"
'상담치료 빙자' 성폭행 피해자, 경찰 찾았지만 "입증 어렵다"
  • 형상희 기자
  • 승인 2019.06.08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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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의 일환이라며 수개월에 걸쳐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유명 심리상담사 사건의 피해자가 첫 신고 당시 입증이 어렵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신고 접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권희) 심리로 진행된 H치료연구소장 김모씨(55)의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모씨는 "당시 이야기를 들은 경찰관이 강제성 입증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신고 접수를 하지 않고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한씨는 피해자 A씨가 김씨에게 치료를 빙자한 성관계 등의 사건을 겪은 이후 상담을 진행했던 심리상담사다. 한씨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A씨는 김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후 A씨는 한씨가 소속된 기관과 연계된 경찰서에 가서 약 30분 동안 경찰관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A씨가 완전히 명백하게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해 접수 하지 않고 돌아왔다는 것이 한씨의 설명이다. 한씨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피해자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당시 자신이 피해를 받은 것인지 조차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김씨가 TV에도 출연한 적 있는 유명한 심리상담사에다, 말을 굉장히 잘해 당시 김씨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가 이후 상담과정에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설득해 함께 경찰서에 갔지만, 입증이 어렵다는 경찰관의 말에 일말의 용기가 꺾인 것이다.

A씨가 다시 신고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미투운동'이었다. 또 한씨의 도움으로 용기를 냈던 1차 신고 때와는 달리 2차 신고는 A씨가 직접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미투 운동이 한국에서 이슈가 되면서 A씨가 자신이 정말로 피해를 입었다고 인식하게 됐다"며 "제가 언급하기보다 A씨가 다시 신고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 측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한씨에게 "A씨가 피고인에게 의존할 수 있는 것처럼 한씨에게도 의존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며 "피고인에게 성폭력 당했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A씨가 한씨를 의존하면서 (경찰에 신고하라는 것을) 따랐을 가능성은 없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한씨는 이에 "상담자는 피해를 알게 되면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A씨가 정서적으로 불안해 시간을 더 주고 천천히 진행하고자 했다"며 "나름대로 A씨가 자신이 정말 문제의식을 가지고 신고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씨는 직장 내 성폭력 트라우마를 치료받기 위해 찾아온 A씨를 수개월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교회의 목사이기도 한 김씨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도 출연한 바 있는 유명 심리상담사다. 드라마를 이용해 재현 치료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직장 내 성폭행으로 어려움을 겪은 피해자의 치료를 맡았다. 이후 3개월에 걸쳐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과 서울·부산 숙박시설 등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편안한 치료를 빌미로 숙박업소를 예약하게도 했다.

검찰은 김씨가 직장 내 성폭력으로 불안과 무기력에 빠진 피해자에게 마치 성행위가 치료 행위라고 착각하게 만들고, 위계에 의한 관계를 이용해 모두 8회에 걸쳐 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진행된 첫 재판에서 김씨 측은 "성관계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당시 김씨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지위에 있지 않아 위계가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또 다른 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추행 고의가 없었으며 그 외의 성폭력 공소사실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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