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정년연장 세대간 전쟁 불러오나…"단계적 연장해야"
65세 정년연장 세대간 전쟁 불러오나…"단계적 연장해야"
  • 한종수 기자
  • 승인 2019.06.09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주도로 논의되고 있는 만 65세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60세 정년을 일괄 연장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연장하거나 점진적 퇴직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정부가 복지 등을 통해 해소한다면 정년연장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상생의 지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정년연장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오는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정년연장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노인 재고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는 이달 초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정년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연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고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정년연장이 자칫 세대·노사 간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민감한 주제라는 점이다. 세간에는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청년과 노인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 다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정년연장에 대한 기업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청년-노인 '대체관계'인가, '보완관계'인가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선 정년연장은 청년고용을 대체하지 않으며, 오히려 돕는다는 주장이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경제연구 보고서에서 "독일·일본·OECD 22개국 사례를 살펴 보면 다수 분석에서는 두 연령층 간 요구되는 기술수준 등이 달라 대체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고 일부 연구에서는 보완관계를 주장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추정방법을 달리할 경우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이 음(-)의 관계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두 연령층 고용간 대체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60살 이상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고 결론내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무런 제도 개편 없이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 부담은 당연히 늘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노동비용을 보상하려면 고용을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직종에 따라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공무원이나 일부 전문직 등 다른 직업에 비해 희소하고 고숙련을 요하는 경우, 정년연장에 따른 경합이 일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시장 전반을 보면 세대 간 직종분리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에 과도한 걱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점진적 퇴직·단계적 연장 등 대안 부상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에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정년연장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노동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단계적 연장'이 노동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로 진입한 독일은 현행 65세인 정년을 순차적으로 올려 2029년 67세로 맞추기로 했으며, 일본도 만 70세로 단계적인 연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재량 연구위원은 앞선 연구 보고서에서 "한꺼번에 5년 이상씩 정년 연령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1년에 1세 또는 2∼3년에 1세 정도로 완만하게 연장하는 것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켜 준다는 점에서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점진적 퇴직제도 제시됐다. 점진적 퇴직제란 정년연장을 개별 근로자에게 일제히 적용하지 않고 나이를 먹을 수록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을 서서히 그만두도록 하는 방안이다. '오래 일하기'라는 정년연장의 본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기업의 고령층 고용 유인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점진적 퇴직제 예시로 Δ60세까지는 현재와 동일하게 풀타임 근로 Δ62세까지 소정 근로시간(통상 주당 40시간) 80%에 해당하는 파트타임 근로(주 4일 또는 주당 32시간) Δ65세까지 60% 파트타임 근로(주 3일 또는 주당 24시간) 방식을 제안했다.

임금체계 수정도 정년연장과 함께 이행해야 할 대안으로 떠오른다.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은 자연스레 상쇄될 것이라는 논리다.

안주엽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54~57세에는 임금인상률을 삭감하고, 57세부터 60세까지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며, 파트타임 근로에 해당하는 61세부터 65세까지는 생산성과 동일한 임금수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정부는 60세 정년이 시행된지 불과 2년 5개월밖에 되지 않았기에 65세 정년연장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논의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 발언은 사회에 화두를 던진 차원"이라며 "실제 정년연장은 중장기 과제로 사회적 대화를 거쳐가며 추진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