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주한지' 유럽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다
[기획] '전주한지' 유럽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다
  • 한종수 기자
  • 승인 2023.04.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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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한스타일의 세계화를 이끌며 독보적인 한문화 세계화에 앞장

전주한지가 유럽의 역사·문화 중심지인 이탈리아와 지류 전문가들을 매료시켰다. 이는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보존·계승하고, 나아가 산업화·세계화를 이뤄내기 위해 힘써온 전주시의 오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 생산에서부터 생산시설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한지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을 통해 전주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데 앞장서 온 전주시의 노력을 들여다본다 / 편집자주

 

베네치아시 마르차나 국립도서관에서 열린 전통한지이 우수성과 복원세미나에서 전통한지의 제조기술을 주제로 발표하는 최성일 한지장.
베네치아시 마르차나 국립도서관에서 열린 전통한지이 우수성과 복원세미나에서 전통한지의 제조기술을 주제로 발표하는 최성일 한지장.

△ 새로운 K-컬쳐로 주목받는 ‘전주한지’

리카르도 아요사 로마예술대학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한지 뜨는 수업을 한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종이부터 직접 제작해보는 작업을 경험하면서 학생들과 진정한 예술작업의 세계를 맛보는 것이다.

현재 브레치아 카르멘문화예술센터에서 한지로 만든 작품을 전시 중인 아요사 교수는 전주시로부터 한지샘플북과 작품활동을 위한 한지를 기증받기도 했다.

아요사 교수는 “한지의 투영성은 작품활동을 하는 데 있어 영감을 줘 자주 사용한다”면서 “전주한지를 활용해 보다 다양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주에 꼭 방문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전주에서 성일한지를 운영하며 전통한지 계승에 힘써온 최성일 대표는 전주시로부터 전주한지장으로 인증받은 인물로, 이번 이탈리아에서 열린 이번 전통한지 복원세미나에서 ICPAL 전 소장의 전통한지 인증에 따른 실험분석, 바티칸 종이연구소 복원실장의 복원한지의 활용과 가능성 발표를 듣고 복원용지로서의 한지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공감하는 기회가 됐다.

최성일 한지장은 “유럽 예술시장에서 감수성을 감각으로 표현하는 한지로의 확장이 요구됨을 느끼며, 전주한지를 만드는 장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느껴진다”면서 “전주한지는 문화재 보수용뿐 아니라, 그 외 다양한 용도로 가능성이 충분하며, 앞으로 더 세계 속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전주시와 국제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한국영화제를 21년간 이끌며 한문화의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는 리카르도 젤리 피렌체한국영화제 조직위원장도 “한복, 한식, 한옥에 대한 위상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한지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소개돼야 할 또 다른 K-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면서 “한지가 이탈리아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도록 홍보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색지장 김혜미자 색실첩과 색실함(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재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색지장 김혜미자 색실첩과 색실함(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재현).

△ 전주한지, ‘예술성’과 ‘산업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전주한지는 최근 들어 산업화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뤄왔다. 품질의 균일화와 대량생산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주에서는 품질과 용도에 따른 다양한 한지가 생산되고 있다. 국내 19개 전통한지 제조업체 중 3분의 1인 6곳이 전주에서 활동 중이다. 고궁한지, 대성한지, 성일한지, 용인한지, 전주전통한지, 천일한지 등 수록한지 제조업체가 바로 그곳이다.

또한 전주한지는 보존성과 흡수성이 뛰어나 이미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널리 인정받고 있는 종이이기도 하다. 일례로 전주한지는 지난 2020년 유럽의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탈리아 국립복원 중앙연구소(ICPAL)로부터 복원용으로 적합하다는 유효성 인증서를 획득하기도 했다.

유럽의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은 전주한지가 섬유 구성과 방향성, 이물질함량, 두께, 산도 등 복원용지로서 품질기준이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전주한지는 강한 치수안정성을 지니고, 투명도에서도 섬세함을 인정받고 있어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유럽 복원 분야에서 전주한지가 쓰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19일로 예정된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관장 스테파노 캄파놀로)과의 ‘기록유산 보존과 복원을 위한 전통종이 활용’ 관련 업무협약이 전주한지의 산업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한지를 활용해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한지가 한국적 요소를 표현하는 작가들의 전유물이었다면, 현대 예술가들은 특수한 표현매재로서의 한지의 매력에 주목하고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이에 전주지역 전통한지 제조업체인 성일한지는 대형 캔버스 작업을 요구하는 현대예술가들의 요구에 대응해 기존 최대 120호(200X140CM) 사이즈였던 한지캔버스를 지난해부터는 200호(260CMX200CM)사이즈까지 확장해 제공하고 있다.

 

마르차나 국립도서관 한지전시회장.
마르차나 국립도서관 한지전시회장.

△ 유럽에서 새 역사 쓰는 전주한지

전주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오랫동안 유럽에서 복원용 종이로 사용됐던 일본의 화지의 명성을 넘어섰다.

여기에 전주시는 이번 이탈리아 한지 행사를 주관하며 전주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시는 복원용 종이에 이어 한지의 쓰임새가 유럽의 건축문화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오는 20일에는 건축대학으로 유명한 베네치아 IUAV대학교 건축과 관계자들과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전주 한지의 우수성이 인쇄, 소품, 가구제작에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주의 문화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식을 있게 한 대한민국 대표 맛의 도시이자,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전주한옥마을을 보유한 관광거점도시,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한복 붐을 일으킨 도시로서 한스타일의 세계화에 앞장서왔다.

시는 여기에 전주천년한지관, 한지산업지원센터 등을 활용하고, 문체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 한지제조업체, 작가, 세계 곳곳에서 전주한지를 활용하고 있는 예술가 등과 함께 힘을 모아 전통한지의 세계화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전주시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종이라고 자부하는 전주한지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자, 세계에서 통하는 새로운 한류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전주시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도시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전 세계에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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