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앞으로 다가온 주52시간 확대…中企 "속수무책 하소연"
반년 앞으로 다가온 주52시간 확대…中企 "속수무책 하소연"
  • 전북투데이
  • 승인 2019.07.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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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인 이상 노선버스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난 1일 경기도 안양시내의 한 버스 정류장에 노선 폐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1. 300인 이상 종업원을 둔 중소기업 A사 대표는 지난 4월 주52시간 근로제 위반에 대한 계도기간(처벌 유예) 종료를 앞두고 직원 규모에 맞춰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기존 인력으로는 납기일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인력을 충원하려고 했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급여가 줄면서 직원구하기가 어려웠다.

#2. 중견기업 생산직에서 근무하는 B씨는 주52시간 근무로 연장근로 수당이 줄어들면서 야간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취미나 여가생활을 보내는 '저녁있는 삶'은 딴나라 얘기다. 당장 여름방학 아이들 학원비라도 보태야 한다며 전업주부였던 아내도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이후 편의점 자리도 하늘의 별따기다.

주52시간 근로제(주52시간제) 확대 시행이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시간 단축이 더 큰 문제라는 얘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주52시간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기업의 준비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보완이나 대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데 이어 내년 1월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하반기 경영전략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은 경영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사안으로 최저임금 급등(51.6%)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38.4%)을 꼽았다.

주52시간제가 중소기업에 적용되기도 전부터 경영상 부담이 되고 있지만 아무 대책이 없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중기중앙회가 앞서 지난해 진행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20.9%는 주52시간제 도입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생산량 축소 감수'(별다른 대책 없음)라고 답했다.

대기업 협력업체인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 경쟁사의 저가 공세로 공급단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주52시간제를 적용하면 납기지연, 단가 인상 등이 불가피한데 원청업체에 납기나 단가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한다는건 사업을 접자라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중소업계는 현재 정부에 업체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1년의 계도기간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중소기업보다 적응력이 뛰어난 대기업에도 두 차례에 걸쳐 총 9개월간의 계도기간을 줬던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에는 최소 1년의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부족인원은 24만명이고 대기업 대비 인력 부족률은 2.1배로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만큼 주52시간제가 본격 도입되면 일손 부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필요한 신규 인력을 내국인으로 채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중소기업들에는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50인 미만 기업에 한해서라도 단위기간을 선진국과 같이 최대 1년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기본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에 근로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유연한 고용 환경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며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근로제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조기 도입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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