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라 언어 배워서 엄마를 이해할래요”
“엄마나라 언어 배워서 엄마를 이해할래요”
  • 권남용 기자
  • 승인 2021.10.2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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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 ‘다꿈 부모나라 언어 맞춤형 지원 사업’ 42개팀 46명 참여
이주여성 직접 강사로 활동… 이중언어 능력 개발, 진로선택 기회 확대
다꿈 부모나라 맞춤형 지원사업-왼쪽부터 강사 정은영씨, 장상하군, 장윤지양.
다꿈 부모나라 맞춤형 지원사업-왼쪽부터 강사 정은영씨, 장상하군, 장윤지양.

“신 짜오, 신 짜오 바, 신 짜오 옹, 신 짜오 꼬.”

부안의 한 가정집에서 베트남어 공부가 한창이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부안동초등학교 3학년 장상하 군과 여동생 장윤지(2학년) 양이다.

남매의 엄마는 12년 전 한국에 온 베트남 이주여성이다. 남매의 베트남어 선생님 역시 베트남 이주여성이다.

이들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전라북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2021 다꿈 부모나라 언어 맞춤형 지원 사업’을 통해서다.

도교육청은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부모나라 언어를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부 또는 모의 출신국이 베트남, 중국, 일본인 다문화가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지난 9월 말부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로는 전북다문화가족지원거점센터에서 운영하는 이중언어코치 양성과정을 마친 이주 여성들이 참여한다.

당초 계획은 초·중·고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호응도가 높아 현재 42개 팀에 46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업은 1회에 120분, 총 20회 운영된다.

무엇보다 학생별 수준에 맞춰 맞춤형 수업으로 진행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상하 군은 “베트남어는 성조가 있어서 어렵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코로나19가 끝나고 베트남 할머니 집에 가서 친척들이랑 베트남어로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윤지 양은 “아직까지 엄마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가끔 대화가 안 될 때가 있다는데 베트남어를 배워서 엄마랑 많이 얘기하고, 엄마 말을 잘 이해하고 싶다”는 속깊은 마음을 얘기했다.

남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정은영 강사는 “상하과 윤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잘 따라와 줘서 보람있고 기쁘다”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놀이처럼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베트남어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는 또 다른 학생 군산 임피중 김은지 양은 “엄마 나라 언어인 베트남어를 잘 배워서 나중에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 이주여성인 은지 양의 어머니 이민경씨는 “은지에게 어려서부터 베트남어를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할지 몰라 쉽지 않았다”면서 “도교육청에서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년에도 계속 이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다문화담당 김진아 장학사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면서 “다문화가정 학생의 이중언어 능력 개발로 진로선택의 기회를 확대하고, 자신감을 향상시켜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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