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신간]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 권남용 기자
  • 승인 2022.08.1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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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순간부터 확 바뀌는 부모의 삶. 부질없다고 스스로 폐기처분하는 한국 교육에 대한 그들의 정당한 의문과 혼돈, 체념, 그리고 욕망!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마음과 교육 현실을 냉철하게 짚은 책.

교육부에서 30년간 교육정책을 다루어 온 저자가 대한민국 학부모에게 건네는 공교육과 입시제도의 진실, 학부모의 교육철학에 대해 다루었다. 대다수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느끼는 것들을 짚고 학부모라면 알아둘 우리나라 교육의 실상을 알려준다.

[출간의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한국 공교육’의 역할과 철학, 목표는 무엇일까? 한국 교육에 의문을 던지는 학부모라면, 아이의 진정한 ‘공부’와 삶의 질을 갈구하는 학부모라면, 사교육에 노후자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되는 교육을 꿈꾸고 대학만이 목표가 아닌 좀 더 의미 있는 수준의 공부를 공교육에 원하는 학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마음껏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 ‘어쩔 수 없으니까!’ ‘현실이 그러니까’라는 말로 의문을 눌러가며 아이와 공부전쟁 중인 학부모, ‘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이민을 고려 중’인 마음을 품고 있는 학부모, 우리의 교육환경에 불만이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 교육에 희망을 잃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교육과 입시라는 단어에 학부모가 가슴에 묻어버린 물음표에 답하다

-사교육이 필수불가결한 ‘뜨거운 교육열’, 떨어지는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고난의 학부모의 삶에 대하여

교육부에서 오랫동안 한국의 교육정책을 담당해온 저자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회 전체의 ‘공부신앙’에 발맞춰 아이를 대학에 무사히 입성시키기 위한 자신의 입시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 애쓰는 대다수 학부모들의 심정을 직시하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어 이 책을 썼다.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7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세계가 인정하는 해당 분야의 천재라는 것,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그들은 우리의 공교육에서 길러내지 못한, 그리고 알아보지 못한 천재라는 사실이다. 입시제도에 올인한 우리의 ‘교육열’에 기댄 것도 아니었다. 허준이 교수는 오히려 공교육에서 “수학만 빼고 잘했다”고 고백해서 충격을 주었다. 우리가 숭상해 마지않는 우리나라 주요대학들은 세계 대학 순위권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사회 전체가 주요대학과 인서울 대학 입학이 교육의 최종 목적인 것처럼 교육을 입시교육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학부모에게는 그에 대한 허심탄회한 고찰을, 문제의식이 없는 학부모에게는 우리 교육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준다. 저자가 변화무쌍한 교육 정책의 일선에서 느낀 한 가지 해답은 학부모의 마음 변화, 즉 학부모 교육철학에 관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주소가 있기까지 그 유례를 짚어보고, 어쩌다 ‘공부신앙’이 사회전체에서 편협한 방향으로 흘러가 굳어버렸는지 실질적인 자료와 근거에 기반하여 일깨워준다. 교육경쟁에서 누군가는 패자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 누군가들이 삶의 진정한 승자의 삶이 될 수 없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이제 부모 노릇은 겁나고, 불안하며, 양심에 걸리는 고민거리가 많은 일이 되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끊임없이 아이에 대해 걱정하고, 채근한다. 아이에게 공부에만 올인할 것을 요구한다. “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다. 이 책은 아이의 미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는 소수의 상황과, 그보다는 아이의 미래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불안감이 더 큰 대다수 부모들이 합심하여 오늘의 입시교육에 치우친 ‘공교육’의 존재에 합의했다고 짚었다.

저자는 1장에서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오늘을 알아본다. 2장에서는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과 요구를 살폈다. 3장에서는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와 지식으로 아이를 몰아붙이는 학부모들에 대한 경계와 조언을, 4장은 우리 사회가 무조건적으로 숭상하는 ‘공부’라는 권좌에 대한 신랄한 분석과 모순된 사회철학에 암묵적으로, 혹은 열렬히 합의하고 있는 학부모들에 대해 건네는 생각거리다.

5장은 공부에 대한 권위와 만능주의에 앞장서는 공교육과 교육계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학부모와 교육계의 변화에 대한 저자의 대안은 6장부터 본격적으로 제시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최종 결과물로 지향되는 ‘대학’에 대한 고찰이자 신랄한 변화에의 요구다. 7장은 우리의 ‘공부만능론’과 ‘공부추앙’에 관한 뼈아픈 통찰과 우리 사회와 미래교육의 ‘진짜 공부’에 대한 요구성에 대한 내용이다. 8장은 이에 대해 ‘교육변화’에 대한 학부모 역할은 무엇인지 그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아이의 출세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진정한 공부와 아이들의 삶의 질을 기꺼이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학부모를 위한 장이다.

입시교육이 아닌, 사교육 전담이 아닌, 진짜 교육에 다가서는 공교육을 적극적으로 기대하라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입성한 대한민국의 위상은 보다 높아졌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부자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축인 교육 문제만큼은 모두가 고민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답을 가진, 난제의 문제다. 우리의 교육환경은 그 철학과 실질적인 환경에서도 선진국의 그것에 걸맞은 것일까.

이 책에서 교육변화에 대한 모색과 더불어 무엇보다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학부모 본연의 위치다. 학부모가 우리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우리 교육을 좌우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잘못된 명제를 위해 탄생된 잘못된 방법을 그토록 오랫동안 유지하게 두지 말자는 것이다. 교육에서는 어떤 다양한 정책 변화도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학교의 모습은 학부모의 학생 시절에서 좀처럼 앞서나가지 못했다.

많은 문제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부모는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단순한 명제 앞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내 아이를 위해’ ‘내 아이의 아이를 위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잘못된 가치를 학부모와 함께 수정할 때가 됐다.

추천사

학부모로서 답답했던 마음을 나누며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고민했던, 교육에 대한 여러 주제들이 고스란히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읽는 내내 나와 함께 아이들의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해 풍자로, 유머로, 날카로운 비평으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눈 기분이었다. 학부모도 나름의 교육철학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현시대를 관통하며 신랄하게 꼬집어놓은 교육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보따리 속에서 학부모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그려갈 수 있을 것이다.

_이영민(《엄마도 상처받는다》 저자, 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저자는 대입 정책을 관장하는 교육부 학술장학정책관 등을 지내 누구보다 대입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은 전문가다.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을 수상 한 허준이 교수는 우리 공교육에서 알아보지 못한 인재였다. 이 책에 담긴 ‘허벅지 굵기로 선수를 뽑는 축구나라’ 이야기는 이런 우리 교육 현장에 대한 뼈 때리는 풍자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사활을 건 입시제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길러내고 있는가?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진짜 모습과 공교육에 학부모가 바라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_이도경(<국민일보> 교육전문기자)

지은이 소개

박성수 전북대 사무국장.
박성수 전북대 사무국장.

박성수(교육평론가)

교육부에서 30여 년 간 진로교육정책과장, 학생복 지정책과장, 대학학사제도과장, 학술장학정책관, 국립대학교 사무국장 등 다양한 교육정책에 참여했다. 진로교육 업무를 하면서 ‘우리 교육의 문제 는 학부모들이 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세대학교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교육대학원에서 일반사회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직자 연수의 일환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 브룸스버그대학에서 교육과정으로 석사학위를, 한국 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쓴 책으로 《개천의 용, 공정한 교육은 가능 한가》가 있다. 교육정책가로서, 학부모로서, 그리고 주변의 많은 학부모를 보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 그 해답을 이 책을 통해 여러 학부모와 함께 찾아가고자 한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하고, 부모 역시 아이 키우는 보람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조금만 약해져도 우리 사회의 행복 지수는 크게 올라갈 것이다.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이라는 카페를 열었다.(https://cafe. naver.com/myparents)

차례

프롤로그 | 어느 축구나라 이야기

1장. 학부모로 산다는 것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지금 | 학부모로 산다는 것 | 자식 자랑은 팔불출 |1%의 희망과 현실 | 애타는 부모 마음 | 돈도 실력이다 | 돈이 꿈이 되는 세상 | 학부모에게 희망을

2장. 우리 아이들 이야기

다양한 아이들 | 아이들도 힘들어요 | 공포의 엄친아 |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못한다? | 엄마 아빠하고는 말이 안 통해 | 어떻게 해야 열심히 공부할까 | 참는 자가 이기는 자

3장. 가는 길은 알고 가야 한다

가지 않은 길 | 꿈이 없는 아이 | 부모와 다른 꿈을 꾸는 아이 | 세상은 넓고 직업은 많다 | 가는 길은 알고 가자

4장. 학창시절에 공부 잘하셨나요?

공부, 공부, 공부!|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나요?|공부 못하니까 배달하지|공부 잘하니까 착한 거야|교과서 유감|객관식의 농단|학(學)과 습(習)|사교육 문제|사교육 비판|학(學)을 위한 교육

5장. 가붕개 이야기

선생님의 전교 1등 자랑|잘사는 동네가 훨씬 예의 바르다?|자사고, 특목고는 내로남불?|공립 고등학교 나온 하버드 대학생|학교 우등생이 사회 우등생은 아니다?|행복한 가붕개로 살아라?|라인맨이 쿼터백보다 더 중요하다

6장. 대학이 달라져야 한다

대학 간판은 있어야 한다|여전히 필요한 대학 간판|실속 있는 대학 간판|서울대학교 못 갔어?|내가 SKY만 나왔어도……|노벨상 하나 없는 우리 대학|대학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7장.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

미래의 새로운 인재관 |학생부종합전형의 진정한 의미|고교학점제의 진정한 의미|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패악질|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

8장. 무엇을 할 것인가

열린 줄 세우기, 적성중심학교로 바꾸어야 한다|인재 선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열린 민주사회의 공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학부모의 결단으로 바꿀 수 있다|학부모의 참여로 바꿀 수 있다|학부모의 신뢰로 바꿀 수 있다|교육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 수 있다

| 에필로그 |

책 속에서

어느 축구나라가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축구 잘하는 것을 최고로 여깁니다. 민주공화국이 들어서기 전 왕조 시절에 고위 관료를 축구로 선발했던 과거제도의 영향이라고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가가 인정하는 축구선수가 되면 부와 명예뿐 아니라 권력도 갖게 됩니다. 국가대표 선수가 되면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그 밖에 전문직이나 대기업 등과 같은 인기 직장도 축구 실력이 좌우합니다. 이렇다 보니 대학도 축구 실력으로 신입생을 뽑습니다.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축구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은 아주 민감하고 첨예한 쟁점이 됩니다.

‘공을 잘 찬다’는 것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평가하기도 어렵고 객관적으로 순서를 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학 입시에서 한 세대 40만 명의 고등학생 전체를 축구 잘하는 순서대로 줄을 세우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부는 고민 끝에 축구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허벅지의 굵기로 선발하는 제도를 마련합니다.

일단 허벅지 굵기로 선발하기로 하자 학교에서는 온통 허벅지근육을 키우는 데만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허벅지 근육을 키우기 위한 훈련법이 핵심 교과목이 되었습니다. 학교 앞에는 허벅지 근육을 키워주는 학원이 번성합니다. 돈이 많은 가정은 비싼 트레이너를 고용합니다.

정부는 허벅지 근육의 두께를 정확히 재는 최첨단 측정도구를 개발해 보급했습니다. 아주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측정 도구입니다. 측정 절차, 위치, 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0.00001mm도 석차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모든 고등학생의 허벅지는 9단계로 등급이 매겨집니다.

출세의 등용문인 축구선수를 허벅지 굵기로 선발하니 허벅지 굵기가 곧 출세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허벅지 굵은 순서로 좋은 직업을 갖고 사회적 특권층이 됩니다. 무엇보다 최고의 영예는 축구 국가대표가 되는 것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도 당연히 허벅지 굵기로 뽑습니다. 국가대표를 마치면 대부분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됩니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한마디로 축구나라에서 용이 되는 것이지요. 당연히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그렇다고 축구나라의 국제대회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허벅지 굵다고 공을 잘 찬다는 보장은 없나 봅니다. 웬일인지 국제대회 성적이 영 신통치 않습니다. 영국에서 개최되는 <2022 THE 세계 축구대회>에서 제일 잘하는 국가대표 성적이 세계 54위에 불과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허벅지 근육이 크게 필요치 않은 일에 종사할 사람들도 허벅지 굵기를 키우는 훈련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화가도, 피아니스트도, 작가도, 가수도, 자영업자도, 회사원도 모두가 허벅지 굵기를 늘리려고 합니다. 일단 학교에서 허벅지만 훈련시키기 때문이고, 허벅지가 굵지 않으면 불성실하거나 무능력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그 사회에서는 허벅지 등급이 사회적 지위, 위신, 그리고 계층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부상하는 문제는 ‘돈이 허벅지 굵기를 좌우한다’는 비판입니다. 나라에서는 허벅지 굵기를 키우는 데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어릴 적부터 좋은 영양 상태나 전문 트레이너를 고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짜 부자들은 외국에 가서 따로 훈련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시끄럽기는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축구나라 교실에서는 ‘허벅지 굵기가 인생을 바꾼다!’라는 구호를 열심히 제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부모의 삶은 어떠할까요?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인생의 보람이자 인생의 가장 중요한 소명 중 하나입니다.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불안은 막연한 불안이지만 부모의 불안은 예견된 불안입니다. 길고 긴 사교육의 강을 마주한 불안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지? 잘 할 수 있을까?’ 부모는 아이에게 책임감과 열정을 다 쏟아붓습니다. 교육전문가가 되어갑니다. 초등학교 때는 뭘 하고, 중학교 때는 뭘 하고, 입시제도가 언제 바뀔 예정이니 그에 맞추어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고 등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교육전문가입니다.

30대부터 40대를 거쳐 50대까지 학부모 시절은 뒤돌아볼 새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경력도 쌓는 때입니다. 동시에 아이 교육도 시켜야 하는 바쁜 때입니다. 길고 긴, 그러나 어느새 훌쩍 12년이 지나면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어느덧 부모는 은퇴할 날이 다가오고 그렇습니다. 지나고 나면 세월 참 빠릅니다. 자녀의 진로에 아쉬움이 많은 부모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홀가분합니다. 바로 이때부터는 교육에 대한 불만을 다 잊어버린다죠? 이제 교육은 남의 문제가 됩니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놓고 나서야 부모는 조금 살만 합니다. 여유롭게 카페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홀가분하게 여행도 떠납니다.

학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는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것이 모두의 소망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습니다. 공부를 웬만큼 해야지, 하게 되면 사교육 광풍을 피해갈 수 없고 공부를 못하면 속이 상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역시 사교육에 휘말리게 됩니다.

공부, 공부! 성적, 성적!

이렇게 외치다가 아이도 부모도 황금 같은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립니다. 한 번뿐인 소중한 삶, 부모는 학원비 대다가, 아이들은 학원 뺑뺑이 돌다가 참 아까운 시간이 지나가 버립니다. 웬만한 소신 없이는 이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1시간만 더 공부해! 1점만 더 따!” 대신에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용기입니다. 그렇게 죽어라 공부해도 성공하는 사람은 2등급까지 해서 11%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

치열한 열전을 치르고 난 후, 이제는 거울 앞에 선 중년이 되어 조금 후회도 합니다. 그렇게 애를 닦달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지요.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매년 새봄에 새롭게 학부모가 되는 부모들도 그렇게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나 이런 선의의 노력이 고통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문제겠지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내 자식 잘 가르쳐서 보란 듯이 잘 살게 하겠다는 부모의 욕심이 잘못인가요? 아니면 우리의 공교육 수준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자꾸 바뀌는 교육정책 탓인가요?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이런 문제를 고민하며, 자식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갖고 12년의 세월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갑니다. 본문 <학부모로 산다는 것> 중에서

 

아이가 꿈이 없다고요? 뭐라도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같이 고민을 하겠는데 아무런 꿈도 없이 멍하니 있어 보일 때는 부모는 마음이 답답합니다. 그렇죠? 청소년기 때는 명확한 꿈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꿈이 없다’는 것을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자기의 미래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한 일입니다. 이런 경우는 아이에게 아직 뭔가가 크게 다가오는 것이 없어서입니다. 또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좀 더 많이 생각하도록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서구에서는 청소년기에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아일랜드), 갭이어(Gap year, 영국 등) 등입니다. 전환학년제는 중학교 단계를 마친 후에, 갭이어는 대학에 진학하기 전 1년 정도 통상적인 학업 대신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도록 시간을 갖는 제도입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여유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 때문에 고등학교가 아닌 중학교 과정 중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가서도 진로 변경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요즘은 전과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다른 대학으로 편입도 과거에 비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전문 분야를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경쟁이 심한 대학이 아니면 나중에라도 각성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넓어지고 있습니다.

전(前)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고등학교 때 술과 약물에 빠져서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던 문제아였습니다. LA의 한 이름 없는 대학에 진학한 후 대오각성해서 뉴욕의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 편입을 하게 되고 이후 하버드대학교 로스쿨까지 진학을 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 조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자존감, 자아정체성을 갖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사회적 품성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품성과 건강한 정신, 튼튼한 신체를 가꾸어 간다면 언젠가 뜻이 정해질 때 공부는 저절로 하게 되고, 그렇게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본문 <꿈이 없는 아이> 중에서

 

거대한 사회적 물결을 혼자 거스르기는 어렵습니다. 성적이 이렇게 중요한 사회에서 내 자식만 공부를 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부라는 게 결국 사교육이니 사교육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사교육을 열심히 해도 내 자녀가 성적경쟁의 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대부분이 패자입니다. 만족하고 위로하고 그런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대학을 잘 갔던 못 갔던 사랑하는 자녀니까요..우리 학부모들이 힘든 이유는 학벌 경쟁의 패자가 당할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위계에 따라 약자를 무시하고 차별한 경험이 많은 학부모일수록 패자가 되는 것을 더더욱 두려워합니다. ‘공부 못하니 배달이나 하지!’ 하고 남의 자식에 향했던 손가락이 내 자식에게 오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내 자식을 함부로 대할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남의 자식에게 손가락질 한 것이 내 자식에게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의 자식을 향한 손가락을 거두어야 합니다.

모두가 학벌경쟁, 지위경쟁의 승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이 패자입니다. 대학 입시 경쟁에서 패자가 된 원인은 학생에 있을까요? 아니면 부모에 있을까요? 부모에 있습니다. 부모가 돈이 없기 때문에 사교육 경쟁에서 밀린 것입니다. 사는 곳이 강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어쩌다 있을 법한 ‘용’ 꿈을 꾸며 뻔히 패배가 보이는 경쟁에 우리 아이들을 밀어 넣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부자가 아닌 부모는 경쟁을 포기해야 할까요? 포기하는 원인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남을 앞서는 경쟁, 객관식 성적경쟁, 학벌경쟁은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성품, 자존감, 잠재된 역량, 자아실현 욕구, 민주시민 의식,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 등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가치는 현재의 경쟁교육으로는 얻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경쟁교육의 물줄기를 바꾸고 새로운 교육의 물줄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학부모의 새로운 교육에 대한 신념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학부모가 새로운 ‘교육신념’을 갖게 되면 이것이 하나둘씩 모여서 교육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열린사회의 공정한 경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교육에 의한 경쟁, 각자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가는 경쟁, 승패가 없는 경쟁입니다. 교육다운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교육입니다. 내 자식만 승리하는 교육에서 모두의 자식이 함께 승리하는 교육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학부모의 의지는 정부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획기적인 공교육 투자, 수업과 평가의 혁신, 지리적·계층적 교육격차 해소, 교육복지 강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본문 <학부모의 결단으로 바꿀 수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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