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3번째 맞는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의미
[기고]23번째 맞는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의미
  • 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
  • 승인 2023.07.0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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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

4월 22일은 UN이 정한 지구의 날이다.

지난 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 196개 국가가 모여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지역도 복원하자는 생물다양성협약에 합의했다.

그런데 한 나라의 보호지역을 대표하는 곳이 바로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하는 지역으로서 19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2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며 올 해 대구·경북의 팔공산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 추진 중이다.

국립공원 제도 도입과 발전 과정에는 경북 출신인 박정희 대통령의 고뇌와 열정이 녹아있다. 그는 1965년 5월 미국 존슨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국빈 방문한다.

당시 가난한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거액의 경제개발 자금이 필요했던 박 대통령은 깊은 고심 끝에 월남전 파병을 댓가로 미국정부로부터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경제 원조와 한국군 무기 현대화, 참전병사들의 생명수당 지급 등을 받아낸다.

몇 달 뒤 한국 정부는 맹호, 청룡 부대 등 4차례에 걸쳐 전투병력을 파병하였는데 이는 30여개 민주주의 진영 참전국중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전투병력을 파병한 국가가 되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혈맹으로 발전한다.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존슨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신무기 개발에 기초가 되는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과학자문단을 한국에 보내주기로 약속한다. 

이듬해인 1966년 9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제11회 태평양과학회의에 6백명 규모의 미국 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 해롤드 쿨리지(Harold J. Coolidge) 박사가 회의에 참석했던 핵 연구소장, 국립과학관장 등 13명의 전문가를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는데 그 중에는 한국의 국립공원 설치를 돕기 위해 자연과학자이자 미국 내무성 국립공원청 국장도 함께 내한한다.

조지 룰(George C. Ruhle) 국장은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서 약 2개월에 걸쳐 설악산에서부터 한라산, 북한산, 내장산, 다도해 홍도까지 전국의 명승지를 두루 시찰한 뒤,

국립공원 후보 지역과 5개의 관리유형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서, 국립공원이 과학, 교육, 휴양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조속히 국립공원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마침내 이듬해 인 1967년 박 대통령은 무분별한 도남벌로부터 지리산을 보호하고자 국립공원 지정을 청원했던 전남 구례군민들의 염원을 헤아려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1968년 민주당 존슨 대통령이 불출마 한 가운데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월남전 철수 공약을 내세운 공화당 닉슨 후보가 승리하면서, 1969년 1월 취임과 동시에 아시아 각국의 안보는 각자가 책임지라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한다.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박정희 대통령은 독트린 적용에서 한국을 배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예상보다 짧게 끝난 정상회담 후 박 대통령은 닉슨의 추천으로 우연히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방문한다. 요세미티국립공원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창문’에 비유될 정도로 자연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해발 약 3천미터의 고지대에 푸른 초원이 펼쳐있고, 계곡 좌우에는 높이 약 1천미터의 거대한 암봉과 수백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들 그리고 성인 20명이 팔 벌려야 둘러쌓을 수 있는 크기에

높이 약 1백미터나 되는 3천년쯤 된 자이언트 세콰이어 나무 숲 등 영부인과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박 대통령은 많은 미국인들이 국립공원을 즐겁게 탐방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국립공원이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는다.

요세미티국립공원에서 큰 영감을 받은 박 대통령은 귀국 직후 1주일 만에 곧바로 설악산으로 달려가 국립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라는 지시했다.

이후 3년간 집중적으로 설악산, 한라산, 속리산, 내장산, 가야산 등이 국립공원으로 추가 지정됐으며, 1978년까지 총 13개의 국립공원을 설치했다.

오는 6월이면 대구·경북의 진산인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팔공산은 멸종위기종 15종 포함 야생생물 5,296종이 서식하고, 국가지정 문화재 29점을 포함 91점의 문화자원이 분포하는 등 기존 22개 국립공원에 견주어 생태적 가치는 8위, 문화경관적 가치는 2위 수준으로 이미 그 가치가 충분히 입증됐다.

2013년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인 박근혜 대통령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자랑이었던 무등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시킨 바 있다. 2023년 대구·경북의 진산이자 지역의 자존심인 팔공산이 지역사회의 건의와 지자체의 협조를 바탕으로 23번째 국립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이는 이번 정부가 55년 전 국립공원에 그토록 깊은 애정과 희망을 품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큰 뜻을 다시금 이어가는 길일 것이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을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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