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자치 재정권 부여해 지방소멸위기 극복하자.
과감한 자치 재정권 부여해 지방소멸위기 극복하자.
  • 고달영 기자
  • 승인 2023.09.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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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에 자치권 과감히 부여, 그 결과에 중과 책임 확실히 묻자
자치단체, 산업·인재 육성 차별화 전략통해 선의 경쟁해야
수도권 인구 크게 늘면서 국회 의석수도 수도권에 집중
고달영 기자(국장)
고달영 기자(국장)

지방소멸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국토의 90%를 차지하는 지방에 국민 절반 이하(49.4%)가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정부 통계 기준으로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전국 시군구 228개 중 지방소멸 위험지역은 하나도 없었다.

급거 2022년에는 절반이 넘는 115개가 소멸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오는 2050년이 되면 전국 시군구 모두 소멸위험 지역으로 심각한 사태가 예상된다.

실제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해법을 내놓고 수백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다. 지방 소도시는 점차 빈집만 늘어가며 활력을 완전히 잃고 있다.

이미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을 살리려면 자치권 확대를 통한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좀 더 가속화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지방에 청년이 없는 두 가지 이유
청년이 없는 곳에는 미래가 없다. 지방에 청년이 없으니 지방소멸은 예정된 수순이다. 왜 지방에 청년이 없는지에 대한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출생자 수를 살펴보면 이미 수도권이 지방보다 많아졌다. 2002년만 해도 50% 미만이던 수도권 출생자 수가 2022년에 53% 증가했고, 2030년에는 전국 신생아 중 60%가 수도권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청년이 되는 2050년대는 전국 인구 60%가 수도권에 몰려 있을 전망이다. 아무리 특별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둘째,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이 청년이 되면 학업과 일자리 때문에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이다.

본격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역설적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시작한 2000년대 들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지방에 출생아가 줄고,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지방 인구가 자연 감소한다.

중앙정부 중심차원의 지방 살리기위한 보다 강력한 정책을 쏟아야만 한다는 것.

하지만 지방대 경쟁력은 여전히 정체돼 있고,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한 대기업도 거의 없다. 중앙정부 노력만으로는 청년의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없다.

영국의 대학평가 전문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 발표한 각 나라 상위 20개 대학 중 비수도권 대학 수를 보면, 한국은 7개이지만 일본은 13개나 있다.

미국은 좀 특별하지만, 워싱턴 DC 권역에 딱 한 개만 있고, 상위 19개 대학 모두가 비수도권에 있다.

선진국일수록 지방 경쟁력 있는 대학이 건재하고. 지역적 특성과 부합해 지역 청년들이 정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우리나라 지방대학은 여러 정책임에도 청년의 지역 정착에 대한 기여가 두드러지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각 나라 매출액 기준 50대 기업 중 비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을 살펴보면, 한국은 3개, 일본은 10개, 미국은 48개로 나타났다.

선진국일수록 비수도권에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비수도권에 있는 3개의 한국 기업 중 2개는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743개가 본사를 수도권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지방에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분권이 잘 보장된 나라는 지방대학과 기업이 건재하며 산학연계가 잘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특성을 무시하고 전국 모든 지역에 획일적인 교육과 산업 정책을 추진하는 중앙집권적 행정이 계속되는 한 한 걸음도 지방화 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

 

▲지방분권 핵심은 자치재정권 확대가 관건이다.
지방분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치재정권 확대다. 국세와 지방세 세원 비율을 살펴보면 여전히 중앙정부 세수입 권한이 월등히 높다.

지난 2010년에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가 도입됐지만, 국세 80%대 지방세 20%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방국가의 경우 평균 30%대 지방세 비율을 유지하고, 북유럽 국가나 일본도 우리나라보다 지방세 비율이 높다.

특히 지방 지출 재원 중 지방세 조달 비율이 38%에 머문다는 점도 문제다. 연방국가 평균은 64%, 단일형 국가 평균도 42%에 달한다.

이 같은 수치는 자치단체 재정자립도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집행할 때 자율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여전히 중앙정부 재정지원에 의존할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치재정권의 핵심은 독립적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59조에 명시된 조세법률주의로 인해 지방세의 세목, 세율 등에 관한 과세자주권과 자치재정권이 엄격히 제한받고 있다.

여전히 중앙정부만 과세권을 행사하기에 전국 세율이 대부분 동일하다. 개인소득세나 법인소득세 또는 부가가치세 등을 면제하거나 다른 지역보다 낮게 책정해 기업을 유치하고 인구를 유입하는 지역 특화형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 자치단체는 실현 불가능한 '그림의 떡'과 같은 셈이다.

지방재정의 안정을 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소멸로 인한 국가경쟁력 상실은 더 큰 문제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사업에는 국가재정법상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여전히 받아야 하고, 300억 원 이상 신규 지방투자사업에는 지방재정투자법상 행정안전부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물론 무분별한 재정투자는 막아야겠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규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법인세와 취득세, 재산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돼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제한된 규모의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세제 혜택에 대한 지역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 인력의 원활한 공급 여부다. 지자체에서 대학과 함께 기업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정주 여건 조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럴 만한 자치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슴이 문제였다.

2020년부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이 추진되면서 지자체가 선도하는 인재육성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본 사업을 통해 단수 또는 복수의 지자체가 여러 대학과 연계해 지역의 기업 및 혁신기관과 함께 전국에 9개의 지역혁신플랫폼을 구축했다. 우수 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하며 지역혁신 발전 주체로 성장하는 ‘지역혁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지자체가 선도하며 대학이 협력한다는 개념을 담은 것이다.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지자체 업무 영역이 대학 지원에 머물러 왔기 때문에 법인 설립을 통해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는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사업

이제 지자체가 나서서 산업과 인재 육성에 관한 독자적 권한을 갖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 선의의 경쟁 속에 국가균형발전 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방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독자적 권한이 부족해 정치인들이 유권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정책에 한계가 많았다.

대부분 ‘중앙정부와 친하다’라는 막연한 얘기와 ‘예산을 많이 유치하겠다’는 획일적 공약에 머물렀다.

새벽에 마을 단체관광 버스가 출발하는 장소에 가서 인사하고, 낮에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접촉하며, 저녁에는 지역 애경사를 찾아가는 것만으로 정치인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나라에서 혁신적 지역발전을 구상할 수는 없다.

지역산업과 대학을 육성하고, 청년의 정주 여건을 향상하는 과감한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에 지방재정권을 포함한 자치권을 과감히 부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청년이 미래다.' '지방에 청년없는 소멸위기는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과 자치 재정권 보장만이 소멸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비무환이 되지 않겠는가가 필자의 솔직한 담론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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