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변화의 시작 '비만 치료'
미래를 위한 변화의 시작 '비만 치료'
  • 백영하 한국건강관리협회 진료지원센터장
  • 승인 2023.10.23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전북지부 백영하 진료지원센터장(내분비내과 전문의)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백영하 진료지원센터장(내분비내과 전문의)

가족사진을 볼 때마다 느끼는 양가감정은 비단 필자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우리 가족이 이럴 때가 있었지, 정도로 끝난다면 추억을 나누는 애틋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여 얼마나 살이 쪘는지 알고 나면 그 시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현실적인 비만에 대한 깨달음은 검진에서 자각하게 된다. 비만은 단순히 모습이나 체중을 넘어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과 심각할 수 있는 심뇌혈관질환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비만을 자각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삶의 큰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의사의 도움 없이도 알아야 하는 몇 가지 비만에 대한 내용들을 전달하려 한다.

성인에서 비만은 동반 질환의 위험을 고려하여 체질량지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키는 미터로 환산하여 계산한다) 25.0~29.9 를 1단계 비만, 30.0~34.9 를 2단계 비만, 그리고 35.0 이상을 3단계 비만(고도비만)으로 구분한다. 비만의 정도가 1단계인지, 그 이상의 비만인지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의 결론이 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 모두 정상 체중에 비해 비만도가 증가함에 따른 수명 손실의 정도가 컸다. 특히 2~3단계 비만의 경우 1단계 비만에서 보이는 손실 정도의 2배 이상으로 손실 정도가 뚜렷하였다. 또한, 젊은 연령의 건강수명의 손실 정도가 중년, 고령의 성인에 비해 뚜렷하였다. 40세 비만한 성인의 경우 기대여명의 절반 이상을 만성질환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며, 65세 비만한 노인의 경우 여명의 약 75%의 기간동안 만성질환을 동반하였다. 요약해보면 비만할수록 단명한다는 것이고, 어릴수록 단명의 정도가 크다는 것이다.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치료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막연하게 살 빼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상황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학적으로 체중 감량의 목표는 치료 전 체중의 5~10%를 6개월 내에 감량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만한 환자의 대부분은 체중을 측정하려 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시험을 봐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함이라고 여러번 강조를 하면 그제서야 수긍을 하는 편이다. 자, 준비는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식단 관리에서 시작한다. 몇몇 식단에 관한 내용과 의견들을 소개한다.

저열량식은 평소 식단보다 단순히 500-1,000 정도를 덜 먹는 것이다. 영양적으로 적절한 일상적 식사가 가능하며, 1주일에 0.5-1.0 정도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열량 섭취 제한 효과는 6개월에 최대에 이르며, 이후에는 이보다 감량 효과가 낮다.

저탄수화물식은 일반적으로 총 에너지의 40~45% 수준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으로 대조식에 비해 초기 체중 감량 효과는 크나,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 혈청 중성지방 수치 개선에 효과적이지만, 탄수화물 제한 정도가 크면 LDL-콜레스테롤 수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고단백식은 일반적으로 총 에너지의 25~30% 수준으로 단백질 섭취를 유지하는 식단 방법이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 방지, 에너지 제한에 따른 체단백 손실 방지, 적절한 단백질 섭취로 영양상태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나 대조식에 비해 체중 감량/유지에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크지 않다.

요즘 들어 많이 소개되고 있는 간헐적 단식은 지속적으로 에너지 섭취를 제한하는 대신, 에너지 섭취 제한을 하는 날(혹은 시간)과 그렇지 않은 날을 설정하는 방법인데, 지속적인 에너지 제한 방법에 비해 체중 감량 정도에 유의적인 차이가 없거나, 있어도 정도가 크지 않아 장기간 비만 식사 치료의 한 방법으로 포함시키기에는 근거가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단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내가 제시하는 원칙은 2가지다. 첫째, (간과 콩팥 기능이 정상이라는 가정하에) 무슨 방법을 선택하든, 칼로리는 제한한다. 둘째, 평생 지속가능한 식단이어야 한다. 이 대원칙하에 식단을 유지하다 보면 공복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필자는 포만감이 충분한 다량의 채소와 혹은 곤약같은 식재료를 추천한다. 너무 많은 과일은 혈당에 좋지 않다. 과일로 식사를 대체하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의지만 있다면 운동을 하지 않고도 식단 관리로 체중 감량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유산소운동을 통한 심폐기능 강화, 적절한 근력 운동을 통한 근육량의 유지는 체중감량 그리고 비만 관련 성인병 관리에 필수적이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 유산소 운동은 최소 주당 150분 이상, 주당 3~5회 실시하고 근력 운동은 대근육 군을 이용하여 주 2~3회 실시하는 것을 권고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고도 비만인 경우 처음부터 운동을 추천하지 않는다. 가벼운 걷기 정도로 본인의 관절과 근력의 허용 범위를 인지한 후 어느 정도의 체중 감량이 진행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비만의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식사 치료, 운동 치료 및 행동 치료이며, 약물 치료는 이들과 함께 시행하는 부가적인 치료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즉, 비만을 제대로 진료하는 의사라면 원칙적으로 처음 진료실에 내원한 비만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권고하지 않아야 하고, 비약물 치료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우에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진료실에서 의사의 역할은 비만 약제를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비만에 대하여 보다 전문적으로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만 치료제 유지 용량 투여 후, 3개월 내에 5% 이상의 체중 감량이 없다면 약제를 변경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2023년 최신 비만 치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비만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적어보았다. 진료실에서는 비만에 관한 개인화된 더 많은 이야기들이 가능하다. 혼자만의 고민으로 비만 해결이 어렵다면, 병원 진료로 새로운 계기를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비만은 미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회는 잡는 자의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